AI 시대 = 닷컴 시대의 데자뷔?
AI 시대 = 닷컴 시대의 데자뷔?
1990년대 후반, 세상은 새로운 기술의 물결에 휩싸였다. ‘닷컴(.com)’이라는 단어가 붙은 기업이면 수익 모델이 있든 없든, 실체가 있든 없든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너도나도 인터넷을 외쳤고, 마치 모든 산업이 재편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수많은 기업이 사라졌고, 거품은 꺼졌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때와 묘하게 닮은 시대를 다시 마주하고 있다. 이름하여 ‘AI 시대’다.
기대의 데자뷔
요즘 AI를 둘러싼 열기는 당시 닷컴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 생성형 AI, 자율주행, 인공지능 비서, AI 에이전트 등… 마치 무엇이든 가능할 것만 같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AI 전략을 내놓고, 스타트업들은 ‘AI’를 이름에 붙이기만 해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이미 포화 상태인 AI 도구 시장은 매일 같이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기술을 선도한다는 빅테크 기업들은 연일 새로운 모델을 발표하며 경쟁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기대와 과잉 투자, 묻지마 창업이라는 면에서, 우리는 분명 90년대 후반과 유사한 ‘거품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질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시대는 단순한 데자뷔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의 성숙도와 실제 활용 수준에서, 지금의 AI는 당시 인터넷 기술보다 훨씬 앞서 있다. 대규모 언어모델은 실제 사람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수준의 대화를 수행하고, 기업들은 업무 자동화, 콘텐츠 제작, 연구 보조, 고객 응대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닷컴 시대에는 상상만 무성했지만, AI는 이미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예를 들어, 소규모 기업들도 AI 챗봇을 통해 고객서비스를 운영하고, 개발자들은 AI 코딩 도우미를 일상처럼 사용한다. 학교, 병원, 연구소, 공공기관 등 각종 조직에서 AI의 영향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반복될 교훈
물론 이 흐름이 모든 기업에 축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AI 스타트업들 중 상당수는 아직도 기술보다 마케팅에 의존하거나, 명확한 수익 구조 없이 성장만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다수의 생성형 AI 플랫폼들이 과도한 유사성과 수익성 부족으로 폐업하거나 인수·합병되고 있다. 닷컴 시대처럼 AI 산업 역시 일정한 조정기와 자연도태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오히려 진짜 기술력과 지속 가능성을 갖춘 기업에게 기회가 된다. 닷컴 버블이 꺼진 후에도 아마존, 구글이 살아남아 세계를 재편했듯이, AI 거품이 걷히고 나면 새로운 ‘진짜 혁신기업’이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는 지금, 기대와 현실, 거품과 기술이 뒤엉킨 ‘이행기’에 서 있다. 한쪽에서는 과장된 미래가, 다른 한쪽에서는 실질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거품을 걷어내고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AI는 단지 붐이 아니라, 미래를 새롭게 구성할 틀이 될 수 있다.
과거 닷컴 시대의 교훈은 단순하다. 모든 기술이 세상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기술은 세상을 바꾸고, 나머지는 사라진다. 지금 AI라는 이름 아래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질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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