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Data 칼럼] AI 시대, 진짜 연구란 무엇인가
논문을 많이 쓰면 훌륭한 연구자일까?
오랫동안 우리는 그렇게 믿어왔다. 논문 수, 인용 횟수, 피인용 지수. 이 숫자들이 연구자의 가치를 증명해 왔다. 그러나 AI가 하루 만에 논문 초안을 완성하고, 수천 편의 선행 연구를 순식간에 분석하는 지금, 그 믿음은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숫자가 놓치는 것들
인용 횟수는 여전히 강력한 지표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허점이 드러난다. 연구자들끼리 서로의 논문을 인용해주는 카르텔, 화제성 높은 주제에 쏟아지는 '따라쓰기' 연구들, 발표 당시엔 주목받았지만 기술 변화 앞에 금세 낡아버리는 결론들. 숫자는 부풀려질 수 있고, 유행은 금세 지나간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AI는 이미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고, 논문을 쓰는 일을 인간보다 빠르게 해낸다. 그렇다면 그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 과연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AI 시대가 요구하는 연구자의 역할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학자가 AI를 도구로 쓰는 'AI for Science'의 시대, 연구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달라진다. AI가 내놓은 결과가 정말 맞는지 판단하는 것, 알고리즘이 보지 못하는 맥락을 읽어내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가 정말 이것인가" 를 묻는 것. 이것은 AI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다.
데이터를 잘 다루는 사람보다, 어떤 데이터를 왜 모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필요해진다.
한국 연구의 돌파구는 어디에 있는가
미국과 중국이 AI 패권을 두고 정면충돌하는 사이, 한국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중국식 전략, 즉 인력과 예산을 쏟아부어 양으로 압도하는 방식은 한국의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국의 기초과학 생태계를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도 없다.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질문의 질이다. 10년 뒤에도 유효한 문제를 먼저 발견하는 것,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전제를 의심하는 것, AI를 손에 쥐고 인간 사회의 본질에 다가서는 연구를 하는 것.이것이 AI 시대에 한국 연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훌륭한 연구자의 조건이 바뀌고 있다. 더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니라, 더 날카롭게 묻는 사람. AI가 답을 내놓기 전에, 옳은 질문을 먼저 던지는 사람. 그 사람이 다음 시대의 연구를 이끌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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